
경기초등교사협회(회장 정영화)가 10년 넘게 지속된 경기도교육청의 '평가지 가정배부' 강요 문제를 해결하는 성과를 거뒀다.
20일 경기초등교사협회에 따르면, 지난 6월 16일 경기도교육청 평가담당 장학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2025 학습으로의 평가 안내서에 포함된 평가지 가정배부 권장 내용을 삭제하거나 내년에 개정하겠다"는 약속을 받아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는 한 회원 교사의 민원에서 시작됐다. 경기도교육청이 평가지 가정배부를 강요하고 있으며, 이는 학업성적관리위원회 지침을 존중하지 않는 위법한 강요라는 내용이었다.
협회는 문제 해결을 위해 체계적인 접근을 시행했다. 먼저 경기도교육청 평가 담당 장학사와 통화해 사실을 확인했지만, 현장 교사들의 증언과 상반된 답변을 들었다.
이에 협회는 네이버 폼을 활용해 25개 지역교육청 소속 경기도 교사 약 218명을 대상으로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81%가 "지역교육청으로부터 평가지 가정배부를 강요받고 있다"고 답했다.
협회는 정확한 사실 확인을 위해 국민신문고에 청원을 제출했다. 피청구인을 경기도교육청과 화성오산교육지원청으로 지정해 양측의 입장을 동시에 확인했다.
화성오산교육청은 "경기도교육청이 제시하고 있는 '2025 학습으로의 평가 이해하기'에 제시된 내용에 따라 논술형 평가지는 가정으로 통지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이를 통해 경기도교육청의 지침이 지역교육청을 거쳐 단위 학교에 사실상 강제되고 있음이 확인됐다.
협회는 대한초등교사협회와 협력해 문제를 전국적 이슈로 확산시켰다. 대한초등교사협회 김학희 회장은 이 문제에 공감하며 "경기도교육청이 문서상으로는 권장을 외치며 실제로는 지역교육청을 강요하고 단위 학교별 학성위 지침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개선을 요구했다.
대한초등교사협회는 이를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4조 위반으로 규정하고 교육부에 시정 요구 공문을 발송했다.
마지막 단계로 협회는 6월 16일 경기도교육청 평가담당 장학사와 직접 전화 통화를 진행했다. 오전 9시부터 4시간여 동안 통화를 시도한 끝에 오후 4시경 통화가 성사됐다.
장학사는 처음에는 "학업성적관리 지침이 상위법인 거 알고 있다. 자기들은 절대 강요한 게 아니고 권장한 거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협회 회장이 "25개 지역교육청 교사들의 81%가 압박으로 느끼는 상황에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자 입장을 바꿨다.
장학사는 "지역교육청 장학사나 학교장이 평가지 가정 배부 권장에 대해 압박으로 느꼈다면 회의를 통해 삭제하거나 내년에 개정할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이번 성과는 교사 개인의 민원이 조직적 대응을 통해 제도 개선으로 이어진 사례로 평가된다. 협회 관계자는 "상대방이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이 위법한지 정확히 파악하여 실질적인 해결책을 찾아내는 것이 중요했다"고 말했다.
정영화 경기초등교사협회 회장은 "학교 내 평가방식조차 외부 행정조직이 간섭하게 된다면, 교사의 교육활동 전문성은 물론 학생 중심 교육도 불가능하다"며 "교육은 지시가 아닌 자율로 운영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중등교육법 시행규칙 제24조에 따르면 학업성적관리위원회는 평가 기준 및 결과 통지 방법을 심의·결정할 법적 권한이 있다. 교육지원청의 일방적 지침은 이러한 법적 권한을 무시하는 행위라는 것이 협회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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