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웹툰 작가 주호민 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유죄 판단을 받았던 특수교사 A씨가 항소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은 가운데, 교원단체들이 이번 판결을 환영하는 입장을 잇따라 발표했다.
수원지법 형사항소6-2부는 13일 A씨의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 사건 항소심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하고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지난해 2월 A씨에 대해 벌금 200만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이번 판결의 핵심은 '불법 녹음'의 증거능력을 부정한 점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학부모가 자녀 옷에 녹음기를 넣어 수업시간 중 교실에서 이뤄진 대화를 녹음한 것은 통신비밀보호법을 위반한 행위로, '공개되지 않은 타인 간 대화'에 해당하므로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A씨는 2022년 9월 경기도 용인의 한 초등학교 맞춤학습반 교실에서 주씨 아들에게 "버릇이 매우 고약하다. 아휴 싫어. 싫어죽겠어. 너 싫다고. 나도 너 싫어. 정말 싫어"라고 발언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주씨 측이 아들에게 녹음기를 들려 학교에 보낸 뒤 녹음된 내용을 기반으로 A씨를 신고하면서 수사가 시작됐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번 판결은 교육 현장의 특수성과 교사의 교육적 재량을 존중한 사법부의 결정"이라며 "더 이상 '정서적 아동학대'라는 눈먼 칼날이 교육을 위한 교사의 교육권, 그리고 대다수 선량한 학생들의 학습권을 해칠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한 판단"이라고 평가했다.
전북교사노조도 "이번 사건은 교실 내 대화가 몰래 녹음되어 증거로 사용됐고, 그 결과 교사가 형사처벌에까지 이른 사례로, 전국의 수많은 교사들에게 충격과 위축감을 안겨주었다"며 "불법 녹음이 증거로 인정되는 선례가 생긴다면, 교사는 학생을 지도하는 매 순간 법적 처벌을 우려하며 위축될 수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교총)와 경기도교원단체총연합회, 교총 2030청년위원회, 교사권익위원회, 한국특수교육총연합회는 판결 직후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특수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을 인정하고, 사생활 및 통신 불가침의 헌법 규정과 제3자에 의한 몰래 녹음을 불법으로 명시한 통신비밀보호법의 취지를 구현한 마땅한 판결"이라고 환영했다.
강주호 교총 회장은 "정당한 학교 행정과 교원의 교육활동을 신고와 고소로 해결하고자 하는 잘못된 풍토가 개선되고 민원과 상담은 정당한 방법과 절차를 통해 해결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교총 측은 또한 ▲모호하고 포괄적인 정서학대 개념 구체화를 위한 아동복지법 개정 ▲특수교사 증원 및 교권 보호와 특수교육 발전 대책 강화 ▲제3자에 의한 교실 내 불법 녹음 행위 고발 및 교육활동 침해 고시 내용 변경 ▲정당한 교육활동으로 인정된 아동학대 신고 사건의 검찰 불송치 및 무고성 신고 행위의 교육활동 침해행위 인정 등을 요구했다.
교총이 올해 스승의 날을 맞아 전국 교원 5,591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학생이 교육활동 중 휴대전화로 몰래 녹음, 몰래 촬영할까봐 걱정된다'는 응답이 85.8%에 달했다. 지난해 조사에서도 '학부모·학생의 몰래 녹음이 걱정된다'는 응답이 93.0%를 기록했으며, '몰래 녹음을 겪거나 재직 학교에서 발생한 사례가 있었다'는 응답도 26.9%에 이르렀다.
교원단체들은 이번 판결이 교사들의 교육활동을 위축시키는 불합리한 상황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사례가 될 것으로 평가하며, 교사와 학부모, 학생 모두가 상호 신뢰와 존중 속에서 교육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을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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