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IE 수업 취지 왜곡됐다"…초등교사노조 "교육 현장 현실 고려해야"

기사입력 2025.06.14 19:26 댓글수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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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적 사실 오류 인정하되 "정치적 의도 없었다"…교사 전문성과 시간적 제약 강조
    화면 캡처 2025-06-14 193005.png
    MBC뉴스 캡쳐

     


    "수업자료에 역사적 사실과 다른 내용이 포함된 점은 아쉬운 일이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이 14일 발표한 입장문의 첫 문장이다. 최근 서울의 한 초등학교에서 사용된 수업자료가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을 옹호한다는 논란에 대해, 노조는 문제점을 인정하면서도 교육 현장의 현실을 고려해 달라고 당부했다.


    논란이 된 자료는 1972년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다루면서 "중화학공업 육성에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MBC 보도를 통해 알려진 이 자료는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계엄도 가능하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초등교사노동조합은 이날 입장문에서 "학교 현장에서 사용하는 학습자료는 더욱 신중하게 구성될 필요가 있으며, 다양한 사료와 해석을 균형 있게 반영하는 방향으로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역사적 사실의 정확성 문제에 대해서는 분명히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보인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동시에 "자료 제작자의 의도와 수업의 전체 흐름을 살펴볼 때, 해당 자료가 특정한 정치적 목적이나 의도를 가지고 제작된 것은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고 강조했다. 단순히 자료의 일부분만을 문제 삼기보다는 수업 전체의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는 것이다.


    노조는 특히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의 특성을 들어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 능력을 변호했다. "초등학교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은 대한민국 근현대사를 다루며, 권위주의 정권의 통치 방식과 계엄 선포에 대해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해당 수업에는 전태일 열사의 분신 사건을 포함하여, 국가와 기업의 책임을 성찰할 수 있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었던 것으로 확인된다"고 밝혀 수업이 단순히 계엄을 옹호하는 방향으로만 진행되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노조는 해당 수업의 구성 방식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수업은 신문 자료를 활용해 각 시대의 산업과 사회 현상을 탐구하는 NIE(신문을 활용한 교육) 활동과 게임을 융합한 형태로 구성되었다"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신문을 비판적으로 읽는 태도와 문해력, 경제사적 관점을 함께 기를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고 설명했다.


    문제 발생의 원인에 대해서는 현실적 제약을 지적했다. "2차시 수업 시간 내에 활동을 마쳐야 하는 상황과 초등학생의 이해 수준에 맞추어 핵심 키워드 중심으로 자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충분한 맥락 설명이 생략되어 일부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다.


    노조는 무엇보다 교육 현장의 어려운 현실을 호소했다. "초등학교 수업은 대부분 짧은 시간 안에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일회성 수업의 성격을 지닌다. 이로 인해 교사들이 수업을 깊이 있게 연구하거나 자료를 충분히 검토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교사들의 노력과 전문성은 인정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생들의 참여와 이해를 돕기 위해 교사들이 자료를 직접 재구성하고 활동을 기획하는 노력은, 교사의 전문성과 헌신에서 비롯된 것임을 함께 고려해 주기 바란다. 이번 사례 역시 그러한 교육적 의도 속에서 이루어진 시도였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번 논란을 계기로 더 큰 차원의 교육 환경 개선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오늘날처럼 정보가 다양하고 서로 다른 가치에 대해 갈등과 혐오가 심해진 사회에서는 교실이 균형 잡힌 시각과 비판적 사고를 기를 수 있는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이에 대한 사회적 논의와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함께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노조는 앞으로의 다짐도 밝혔다. "교사가 학생들에게 정확하고 균형 잡힌 역사 인식을 전달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할 것이다. 또한, 교사들이 수업자료 준비와 구성, 수업 자체에 전념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이 조성될 수 있도록 계속해서 목소리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초등교사노동조합의 입장은 교육 자료의 정확성 문제를 인정하면서도, 교육 현장의 현실적 제약과 교사의 전문성을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단순한 비판보다는 교육 환경 전반의 개선을 통한 근본적 해결책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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