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는 13일 뉴스데스크를 통해 서울의 한 초등학교 6학년 수업에서 사용된 학습자료를 문제 삼았다. 해당 자료는 1972년 10월 박정희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령 선포를 다루면서 '경제발전 과업 수행에 강력한 통치력 필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기사 내용에는 "10년 이후의 긴 시간을 두고 해내야 하는 중화학공업 육성에 박정희 대통령의 장기집권과 강력한 통치력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결과, 비상계엄령을 선포하였다"고 적혀 있어 경제발전을 위해서라면 계엄을 선포할 수 있다는 식으로 읽힌다는 지적을 받았다.
수업을 들은 자녀를 둔 학부모는 "'경제 발전을 위해서 계엄을 한 일은 그럴 수도 있다'라고 하는 내용들을 아직 애들이다 보니까 같이 받아들이고 있고. 굉장히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고 우려를 표했다. MBC는 또한 박 전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하면서 내세운 명분에는 '중화학공업 육성'이 포함되지 않아 사실관계도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전우용 역사학자는 "초등학생한테 어떻게 그런 걸 비판적으로 봐요. 사실도 아닌 내용들 그 유신을 합리화하는 내용들을 가르치는 건 우리 교육 지침에 어긋나잖아요"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교육 현장의 반응은 사뭇 다르다. 대한초등교사협회(회장 김학희)는 이번 사안에 대해 입장문을 발표하며 교육 현장을 적극 옹호하고 나섰다. 협회는 무엇보다 교사들의 전문성과 자율성을 신뢰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수업을 진행한 교사가 "그 시대로 돌아가 기사를 비판적으로 읽는 방식으로 수업이 진행됐고, 박정희 정부의 독재나 계엄을 옹호하려는 의도는 없었다"고 해명한 것처럼, 실제 교육 현장에서는 해당 자료를 비판적 사고력 함양을 위한 도구로 활용했다는 것이다.
협회는 특히 초등학교 6학년 학생들의 인지 능력과 판단력을 과소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6학년 사회과 교육과정에서는 '우리나라의 경제 발전'을 학습하기에 앞서 '우리나라의 정치 발전'을 통해 민주적 가치의 존엄성에 대해 이미 학습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단계의 학생들은 우리나라 독재정치로 인한 국민의 희생과 민주주의의 후퇴에 대해 충분히 인지하고 있으며, 문제가 된 기사 내용에 대해서도 비판적 사고를 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설명이다.
협회는 또한 사회과 교육의 근본 목적이 민주시민 육성에 있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교사들은 이러한 철학을 바탕으로 수업을 설계하고 진행하며, 학생들이 역사적 사실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분석하고 토론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도록 지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해당 자료의 경우 그 시대의 논리를 재현한 것일 뿐이며, 실제 수업에서는 교사가 충분한 맥락 설명과 함께 학생들의 비판적 사고를 유도하는 과정이 포함되어 있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번 논란이 수업의 전체적인 맥락을 간과한 채 자료의 일부분만을 문제 삼는 단편적 해석에서 비롯되었다고 지적했다. 언론 보도로 인해 해당 교사가 민원에 시달리며 억울한 피해를 당하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깊은 우려를 표했다.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다양한 교육적 시도와 노력들이 외부의 일방적인 시각으로 재단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동시에 협회는 향후 교육자료 제작과 활용 과정에서 더욱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도 인정했다. 교육적 의도와 사회적 감수성 사이의 균형을 고려하여, 학생과 교사 모두가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는 교육 자료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개선 노력이 교사들의 교육적 자율성을 제약하는 방향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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